R-Index 소개

Review-based Index (R-Index)는 학술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고안되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가정한다면,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들은 학자의 양심에 기반을 둔 투고와 게재로 진행되는 것이어야 한다. 즉, 학자는 스스로의 양심에 비추어 양질의 논문을 준비하여 이를 투고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어야 하고, 출판사는 이러한 학자들이 투고한 논문을 정성스럽게 편집하고 게재하여 널리 보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더 이상 이러한 이상적인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고, 출판사들은 양질의 논문이 맞는지를 자체적으로 검증하게 되었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논문의 질보다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양한 논문이 모두 우수한 연구결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논문의 질적 평가에 대한 판단은 단기간에 확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한 세상이 된 만큼, 너무나도 다양한 연구 분야가 존재하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모든 분야의 연구에 통달하여 정확한 수준을 평가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발견이나 개발, 혹은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이 있다고 할 때, 단기간에 해당 논문을 읽어보고 연구 내용이 허구인지, 실제인지, 아니면 10년 뒤에나 구현 가능한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A라는 연구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라면 A’ 혹은 A* 등과 같은 유사분야의 연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B라는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임이 정답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컴퓨터공학과’라고 졸업장에 나올 것이고, 석사 학위를 받을 때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 정도로 세분화된 주제가 학위증에 나오게 될 것이며, 박사 학위를 받을 때는 이보다 더 세분화되고 범위가 축소된 주제가 학위증에 나오게 될 것이다. 즉,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아주 적은 범위만을 깊게 연구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어떤 의미로 보면 박사 학위자들은 아주 좁은 분야를 깊게 연구한 사람들인 것이다. 게가다,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최소 3 ~ 8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데, 이렇게 오랜 동아 세분화된 분야를 연구하다 보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어떤 주제를 정해서 지속적인 연구를 하였고 이를 논문으로 작성하였다면, 동일 주제 혹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를 연구한 사람들 이외에는 이 논문의 내용이 어떤 수준인지,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인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건축을 담당하는 사람이 한옥 건축에 대해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학자적 양심에 비춰볼 때 옳은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전문가가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를 만든 책임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들 자신에게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연구자가 유아교육에 대해 거침없이 검증되지 않은 추측이나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교육학을 전공한 연구자가 아파트 건축 기법에 대해 망설임 없이 강한 주장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의사이며 약사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서, 학사 과정, 석사 과정, 박사 과정을 차례로 거치면서 아주 세부적인 분야의 전문가로 키워진 연구자가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해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이며, 심하게 얘기하면 학자적 양심에 맞는 일이라고 하기 어렵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 목적을 위해 학자의 양심을 버리는 경우가 너무도 빈번하게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면서, 우리 사회는 전문가를 온전히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가짜 전문가를 선동하여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삼으려는 노련한 언론이나 정치가들로 인해 전문가의 귄위는 땅에 떨어졌고, 이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전문가들 스스로 움츠려들게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를 전문가답게’ 인정하고 대우하는 세상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연구자가 초심으로 돌아가 학자적 양심을 세우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염된 전문가가 지금까지 해오던 행동 방식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일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Review-based Index는 전문가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예전에는 논문지에 심사 없이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논문이 투고되는 경우이든, 해당 논문의 연구 분야를 전공한 심사자가 제대로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여야할 것이다. 간호이론 논문을 경영학 전공자가 심사하는 상황이라면, 해당 논문에 경영학 이론이 포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논문 표절에 대한 언론 기사 혹은 대학의 행태를 살펴보면,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옥죄는 불합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이미 발표된 논문(혹은 오래 전에 이미 발표된 논문)을 대상으로, 불과 몇 달 전 혹은 얼마 전에 만들어진 규칙이나 규정을 적용하여 표절 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 현대의 건축법을 적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지금의 규정을 적용하면 그 당시의 논문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나올 수밖에 없다. 즉, 결과가 이미 정해진 것을 알고도 진행하는 절차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일을 당하더라도, 감정적으로는 억울하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명이나 항변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것은, 전문가 집단이 스스로 비겁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전문가로서 다른 전문가를 포용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잘못된 것을 몰랐으면 어쩔 수 없으나, 알았다면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Review-based Index를 고안하여 발표한다고 하여서,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논문지를 검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Review-based Index는 2018년에 고안되었으므로, 2019년에 진행되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계속평가부터 적용할 것이다.

Review-based Index의 의미가 널리 알려지고, 학자적 양심의 부활에 일조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19년 4월 1일

아카데믹타임즈 R-index 관리팀